부모은중경 소개

부모의 은혜를 기리는 부모은중경은 유교의 『효경(孝經)』과 유사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부모은중경은 모두 10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즉 부모의 은혜를 구체적으로 십 대은(十大恩)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다.

십 대은은 다음과 같다.

 

1. 어머니 품에 품고 지켜 주는 은혜[懷耽守護恩]
2. 해산날에 즈음하여 고통을 이기시는 어머니 은혜[臨産受苦恩]
3. 자식을 낳고 근심을 잊는 은혜[生子忘憂恩]
4. 쓴 것을 삼키고 단 것을 뱉어 먹이는 은혜[咽苦甘恩]
5. 진 자리 마른 자리 가려 누이는 은혜[廻乾就濕恩]
6. 젖을 먹여서 기르는 은혜[乳哺養育恩]
7. 손발이 닳도록 깨끗이 씻어주시는 은혜[洗濁不淨恩]
8. 먼 길을 떠나갔을 때 걱정하시는 은혜[遠行憶念恩]
9. 자식을 위하여 나쁜 일까지 하시는 은혜[爲造惡業恩]
10. 끝까지 불쌍히 여기고 사랑해 주는 은혜[究意憐愍恩] 

 

부모은중경은 사람으로 태어나 왜 부모에게 효도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차근차근 불교적인 관점에서 해명해 놓은 경전이다.

 

첫 장은, 부처님께서 길을 가시다가 한 무더기의 뼈를 보시고 오체투지 하여 예배하시는 장면으로부터 시작된다.

 

전생의 조상이거나 여러 대에 걸친 부모일 것이므로 예배 하노라는 부처님의 말씀은 다음 장에서 잉태의 순간에서부터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까지 자식 걱정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끝없는 부모님의 은혜와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있다.

 

불교가 인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전래되면서 특히 조선시대에 이르러 가장 큰 쟁점의 하나로 떠오른 것 은 바로 효(孝)에 관한 문제였다.

 

특히 유교적인 가르침이 사회 전반적인 이데올로기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시대에 부모님을 떠나 출가하여 깨달음을 얻으라는 불가의 가르침은 도저히 효(孝)의 실천과 함께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그런 시대에서조차 불교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가두어 두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하나의 고리, 하나의 인과(因果)로 '불교와 효도'라는 명제가 이어져 있으므로 부모에 대한 효성스러운 마음은 부처님 가르침의 가장 근본이라는 적극적인 자세로 해명하기에 이른 것이다.

 

《목건련경, 우란분경》과 함께 효경(孝經)이라고도 불리는 《부모은중경》은 바로 그러한 불교적인 효도(孝道)의 정신과 당위성에 대해 설하고 있다.

 

재가신도 또는 출가수행자를 막론하고, 자식으로서 효도를 실천할 때만 그는 참다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 수 있다는 게 이런 효경(孝經)을 뒷받침하는 사상이다.

 

부모은중경은 유교가 위세를 떨치던 조선시대에 오히려 더욱 널리 읽히던 인기 있는 경전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특히 조선 초기부터 삽화를 곁들인 판본 이 유행했는데, 한글이 세종대왕에 의해 창제되고 나서는 언해본 출판도 성행했다. 지금 남아 있는 판본 중에는 정조 임금이 펴낸 한문, 한글이 병기된 용주사(龍珠寺) 본 이 유명하다.

 

더욱이 이 판본은 조선시대 손꼽히는 화가의 한 사람인 김홍도의 그림이 곁들여져, 당시 사람들의 《부모은중경》에 대한 관심을 추측할 수 있게 한다.